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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인도 탈출기

[무인도 탈출기 연극] 문화 뉴스 인터뷰

by chanest315 2024. 9. 4.

'조금, 변할 수도 있겠다 싶은 이야기'…연극 '무인도 탈출기' 인터뷰①

 

 
이름을 바꿨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ㄴ 강찬: 배우에게 이름이란 마치 브랜드나 상표 같은 거로 생각했어요. 이름에서 느껴지는 어감이 그 사람의 첫인상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하잖아요? '무인도 탈출기'의 '봉수'같은 경우도 왠지 봉수스러운 느낌이 딱 뇌리에 스치는 것처럼요. '의식'도 좋지만, 더 심플하고 명확한 의미를 새기고 싶었어요. 많은 이름을 추천받고 고민했는데 '빛날 찬'자가 기억하기도 쉽고 의미도 좋은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죠.
 

어느새 공연이 막바지인데 공연이 올라간 소감을 전한다면.

ㄴ 강찬: 저는 연출님과 사실 학교 동기라서 그간 올린 공연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많이 봤어요. 이전의 두 가지 '무인도탈출기'도 모두 봤죠.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메시지도 밝고 긍정적이라 특히 더 기억에 남았던 작품인데 이번에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고 하게 됐죠.
저도 뮤지컬은 몇 작품 했지만, 연극은 처음이고, 좁은 공간에서 70분을 꽉 채워야 하는 점이 조금 부담스러운 도전이었어요. 힘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창작 작품답게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조금 틀어지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며 극이 좋아지는 경험을 얻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강찬 배우가 손수현 배우를 소개해줬다고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듣고 소개해줬는지.

ㄴ 강찬: 처음에는 윤상원 연출과 가볍게 통화하다가 '무인도탈출기' 하겠냐고 묻더라고요. 오케이했는데 내용도 봤고 3인극이란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다른 두 배우는 어떻게 할지 물어봤어요. 전에 했던 박준 배우는 할 것 같은데 여배우는 오디션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손수현 배우와는 드라마 '블러드'에서 처음 만난 친구인데 제 주변 친구 중 연기 고민도 많이 하고, 잘하고픈 욕심도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드라마는 많이 해봤지만, 연극을 해본 적은 없어서 이걸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을 거로 생각했고 저희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해서 다리를 놔줬죠.


마지막에 '수아'가 선택을 하는 지점도 작품의 인상적인 부분이다.

ㄴ 강찬: 이게 좀 어려운 지점이 무인도에 떨어져 생존하는 과정은 결국 극 중 극이잖아요. 실제가 아니고 놀이를 하는 중인데 그 안의 캐릭터가 지닌 감정에도 충실해야 하는 그런 두 가지 혼선이 있어요. 내가 그럼 지금 '봉수'의 감정이 중요한지, 극 중 극 속 '자연인'의 감정이 중요한지.
너무 극 중 극에 빠져들면 어디 무인도 로케이션도 아니고 자취방에서 상상만으로 이뤄지는 것들인데 그 두 개의 지점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과정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보통 배우도 극 중 인물에 이입하는 과정이 있겠지만, 작품 속 캐릭터들이 취준생이란 점에서 공연이 끝나면 취준생이 되는 배우의 실제 처지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강찬 배우는 '정글라이프'의 '피동희'에 이어 또다시 회사원을 꿈꾸기도 했고. 그래서 '무인도탈출기' 속의 인물들은 20대 청년을 상징하는 인물 같으면서도 또 배우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내 캐릭터는 어떤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ㄴ 강찬: 처음에 연출님이 전화가 왔을 땐 남자 역 둘 중 뭐가 더 끌리는지만 물어봤어요. 연출님은 제가 '동현'이 더 잘 어울릴 거로 생각했대요. 그런데 배우들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게 있지만, 그렇기에 나랑 다른 역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서 '봉수'가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뭔가 과장된 것보다 릴렉스하게 대사를 툭툭 치는 걸 더 좋아해서 처음 연습에 들어가니까 '동현'과 '봉수'가 아니라 '동현'과 '동현' 같은 거에요(웃음). 둘 다 시니컬하고, 멋있고. 그래서 뒤에 고백하고 무너지고 그런 느낌이 하나도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외형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파마도 했고, 양말이나 안경까지 신경 썼어요. 내 편한 방식보단 캐릭터에 맞춰 접근하려고 했죠. '찌질'한 대사도 더 넣고요. 기존 대본도 무척 재밌는 상태였지만 그 상태론 제 연기로 잘 설명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넣었죠.


'당신의 무인도는 어디인가요'…연극 '무인도 탈출기' 인터뷰②

 

조금 편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쉬는 날에 하는 일이나 취미가 있는지.

ㄴ 강찬: 컴퓨터 게임 하기? 영화 보기? 이거 대산데(웃음). 드라마 몰아서 보는 거 좋아해요. 요즘하는 게임은 '롤'이랑 '오버워치'해요. 드라마는 '무인도 탈출기'하기 전에 몰아보려고 '또오해영'을 봤어요. 그런데 공연 때문에 끝까지는 못 봤어요. 공연 끝나면 보려고요.

ㄴ 강찬: 재밌는 게 네 명 모두 다른 전공 하다 연기를 하고 있어요. 전 경영학, 클래식 작곡(박준), 국악(손수현), 중국어(윤상원). 재밌지 않아요? 다들 늦게 시작했어요. 저는 스물넷에, (박)준 형은 스물여덟에 시작했고요. (손)수현이는 국악으로 대학원까지 들어갔다 연기로 빠졌고요.

 

새로운 곳에 도전한다는 건 대단히 힘든 일이다. 이전까지 하던 걸 벗어 던져야 하는 게 말처럼 쉽진 않은데 어떻게 다른 길을 걷게 됐는지.

 

강찬: 저는 가끔 그런 생각 해요. 처음 붙은 학교가 홍대 경영학과였는데 같이 썼던 곳이 한양대 교육학과였어요. 만약 교육학과를 다녔으면 계속 그쪽 길을 했을 것도 같아요. 그런데 경영학이 저랑 정말 안 맞아서 다른 생각이 든 거죠.

 

자기 삶의 '무인도'는 언제였다고 생각하는지.

ㄴ 강찬: 저의 무인도는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올해 서른인데 주변의 친구를 보면 취직도 하고, 같이 연기하기로 한 친구들도 그만두기 시작하고요. 현실적인 것에 부딪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중인데… 지금이 표류 중인 거 아닐까 싶어요. 사실 무인도에서도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듯이 작품이 없을 땐 괴롭기도 하고요. 그래도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지금이 무인도 위가 아닐까 싶어요.

 


관객이 보이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 '봉수'랑 '수아'의 대화도 엄청 심각한데 관객은 '동현'을 보며 막 웃는다.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작품이다.

ㄴ 강찬: 약간 웃픈 느낌? 짠하기도 하고.

 

'무인도 탈출기' 끝나면 다음 일정은 없는지.

ㄴ 강찬: 저는 DIMF에서 공연이 있어요. 윤상원 연출님과 대구 내려가서 '더 픽션'을 해요. 끝난 뒤에는 7월부터 뮤지컬 '오디션'에 출연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ㄴ 강찬: 참 감사한 건 이런 좁은 공간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데도 많은 분이 찾아주셨어요. 어떤 날은 자리가 넘칠 정도로요. 저나 수현이는 연극을 처음 해서 걱정됐거든요. 저희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찾아주실까? 그런데 저희 생각보다 많은 분이 와주셨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히 하고 있고 막공까지 보답하는 마음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습니다.